유족의 손해배상 청구 기각…“고지 및 과민반응 근거 부족”
처방약 모두 통상 사용되는 수준…“예견된 부작용 없었다”
사망 전까지 부작용 징후 없어…법원 “주의의무 위반 없다”
스테로이드제 복용 후 심정지를 일으켜 사망한 소아 환자 사건과 관련해, 해당 처방을 내린 피부과 의사의 과실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문현호)는 환자 A군의 보호자들이 피부과 의사 B씨와 그가 소속된 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6억28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최근 기각했다.
A군은 2023년 9월 다리 부위의 피부 결절과 가려움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고, 당시 의사는 피부 초음파 검사 결과 곤충 물림, 결정홍반, 피부 종양 등의 가능성을 의심했다. 이후 10월 4일 조직검사가 실시됐고, 증상 완화를 위해 스테로이드, 항히스타민제, 항생제가 2주간 처방됐다.
이어 10월 10일 조직검사 결과 결절성 혈관염이 확인됐으며, 같은 달 30일에는 결핵 여부를 감별하기 위한 혈액 및 영상검사가 소아청소년과 협진으로 진행됐지만, 결핵은 아닌 것으로 결론 났다.
증상이 지속되자 11월 7일에는 스테로이드제(메치론정), 항히스타민제(자디텐 시럽, 두드리진 시럽), 항생제(루리드정)가 추가로 처방됐다. 하지만 A군은 일주일 뒤인 11월 14일 자택에서 흉부 불편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구급차 안에서 심정지가 발생했다. 구급대원의 심폐소생술로 일시 회복됐으나, 병원 응급실에서 다시 심정지가 발생해 결국 사망했다.
유가족 측은 의료진에게 A군의 부친이 과거 스테로이드 과민반응을 보인 사실을 고지했음에도 해당 약을 투여한 것은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부작용 위험을 설명하지 않아 환자 측의 자기결정권도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근거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환자 보호자가 아버지의 약물 과민반응을 의료진에게 알렸다는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설령 부모가 반응을 보였다 해도, 자녀에게 해당 약을 처방하지 말아야 할 의학적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법원은 A군에게 처방된 약물이 일반적으로 소아청소년과에서 널리 사용되는 종류이며, 당시 사용된 용량과 복용 기간을 고려했을 때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스테로이드제에 대한 부작용이 처방 시작일부터 사망 전까지 전혀 관찰되지 않았으며, 치료 반응에 따라 용량 조절도 이루어졌다”고 덧붙였다.
결국 재판부는 의료진의 처방이 의학적으로 통상적인 수준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예견 가능한 부작용이나 관리 소홀 등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소송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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