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의료인의 자가복용, 면허정지는 부당”…자격정지 처분 취소

전문의약품 자가복용으로 행정처분 받은 치과의사, 소송 제기
재판부 “면허범위 외 의료행위 해당 안 돼…입법 보완 필요”
대법·헌재도 자가복용 제재 제한 판단 근거 제시

의료인이 자신의 질환 치료를 위해 전문의약품을 복용한 행위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법원이 보건복지부의 자격정지 처분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지난달 10일, 보건복지부가 치과의사 A씨에게 내린 1개월 15일의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A씨는 서울에서 치과의원을 운영하며 2020년 5월부터 12월까지 인터넷 도매상에서 발기부전 치료제와 탈모 치료제 등 전문의약품을 구입해 복용했다. 해당 의약품은 원칙적으로 의료인 처방 후 약국을 통해 공급받아야 하지만, A씨는 온라인 구매 후 직접 복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당시 의약품 안전관리 실태 감사 과정에서 치과의사의 자가복용 정황을 파악했고, 이를 관할 보건소에 통보했다. 보건소는 이를 면허범위 외 의료행위로 보고 검찰에 고발했으나, 검찰은 영리 목적이 없고 자가복용임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위반을 근거로 자격정지 3개월 처분 기준을 적용했으나, 기소유예를 참작해 절반인 1개월 15일로 감경했다.

이에 A씨는 본인의 행위가 의료법상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의료인의 자가복용을 일반인과 달리 처벌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고, 약사법 해석과 제도 미비 탓에 발생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의료법 제27조에서 금지하는 면허범위 외 의료행위는 주로 인체에 침습적이거나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또, 의료인이 스스로 복용한 경우 환자에게 위해를 주는 행위가 아니고, 보건위생상 위험이 인정되지 않는 한 제재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역시 의료인의 자가복용을 일률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례를 제시한 바 있다.

아울러 재판부는 비의료인의 자가치료는 법적으로 금지되지 않는데, 의료인이 동일한 행위를 했다고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으로 연결하는 것은 법체계의 일관성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또 약사법 위반 역시 특정 성분의 오남용이 아닌 이상 현행법에 별도 제재 규정이 없어 처벌 근거로 삼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의료인의 약물 남용이나 정신질환 등은 별도 규정으로 다루고 있어, 자가복용 전반을 의료법 위반으로 해석하려면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결국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했고, 소송 비용은 보건복지부가 부담하도록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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