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주된 의료행위 증거 부족…의사 지도 아래 보조 업무 가능"
1·2심 모두 "과도한 처분, 비례 원칙 위반"…A씨 손 들어줘
복지부 항소 기각…"의료법 위반 근거 불충분"
방사선사 면허 없이 간호조무사가 환자에게 방사선 촬영 업무를 했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에서 내린 자격정지 처분에 대해 법원이 잇달아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간호조무사의 주도적 의료행위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고, 행정처분 역시 과도하다고 봤다.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재판장 구회근)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하고, 간호조무사 A씨의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A씨는 경기도 화성 소재 이비인후과 의원에서 근무하던 중, 의사 C씨의 지시로 방사선사 면허 없이 CBCT(콘빔 전산화단층영상) 촬영 업무를 보조했다는 이유로 자격정지 1개월 15일 처분을 통보받았다. 앞서 의사 C씨는 의료기사법 위반으로 벌금형이 확정됐고, 의원 역시 의료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및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의료기사법상 방사선 촬영이 의료기사의 업무로 규정돼 있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의사의 지도 아래 간호조무사가 진료보조 업무를 할 수 있다"며 처분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또한 "행정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조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의료법은 의료인의 행위를, 의료기사법은 의료기사의 자격과 업무를 규정하는 특별법"이라며, "간호조무사가 주도적으로 방사선 촬영 업무를 수행했다는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주된 책임자인 의사에 비해 간호조무사에 대한 처분은 과도하며 비례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진료보조 행위의 핵심이 무엇인지, 위험도와 난이도, 의료환경, 환자 상태, 숙련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하며, 모든 보조 업무에 대해 의사의 현장 입회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한 "형사재판에서도 A씨의 주도적 행위에 대한 쟁점이 인정되지 않았고,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위법 처분의 근거가 충분치 않다"며 자격정지 처분을 최종 취소했다.
복지부가 "촬영행위는 진료보조가 아닌 의료행위"라며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간호조무사의 보조 업무 범위와 관련한 해석, 행정처분의 비례 원칙 적용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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