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형사처벌 현실, 정부 연구 결과 왜 안 나오나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실태 분석 보고서 공개 지연 논란
환자단체 "기소 건수 과장 의혹…정책 근거 자료 즉시 공개하라"
의정 갈등 핵심 쟁점, 정부 개혁과제 판단 근거될 연구

의료계가 고위험 필수의료 기피 이유로 강조해 온 '과도한 사법리스크' 주장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정부 연구 결과가 수개월째 공개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사회는 해당 연구가 의료사고 제도 개선의 핵심 근거가 될 사안이라며, 신속한 공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3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현황 분석 및 함의' 연구용역 결과를 즉각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 연구는 보건복지부가 의뢰하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관했으며, 형사사건 실태 조사를 위해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위탁을 받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기간은 2023년 12월부터 2024년 3월까지였으며, 5월까지 한 차례 연장된 후 4월 25일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에 중간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7월 현재까지 최종 결과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이를 둘러싼 불투명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연구는 의료계가 주장하는 형사처벌의 과도함에 대한 객관적 사실 확인을 위해 추진됐다. 특히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는 2022년 보고서를 통해 “2013~2018년 사이 연평균 754.8건의 의사 기소가 이뤄졌다”며, 하루 3명 꼴로 의사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환자단체 측은 이 수치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실제 기소돼 1심 판결까지 진행된 사건은 연평균 34건에 불과하며, 약식기소를 포함해도 50건 미만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주장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의료개혁특위 산하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를 중심으로 불가항력 사고에 대한 국가보상 확대, 공제조합 제도 활성화, 중재원 기능 강화 등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다. 환연은 이처럼 중요한 정책 전환의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공개되지 않는 상황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대선공약에서 '의료사고 국가책임 강화'를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필수의료 중심 제도 개선과 형사책임 부담 완화, 조정·중재 기능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국정기획위원회가 차기 국정과제를 확정 중인 가운데, 이번 연구 결과는 의사의 형사처벌 완화가 정당한지 여부를 가를 핵심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환연은 “의료사고 형사 책임의 실제 건수를 둘러싼 의료계 주장과 정부 조사 결과가 다르다면, 이는 입법 방향 자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정부는 정책 신뢰 확보를 위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즉시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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