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주식 받은 의사들, 임상시험 연루 ‘무죄’… 법원 “청탁·고의 누락 인정 어려워”
주식 수령·IRB 미보고 혐의 받은 의대 교수 2인, 형사처벌 면해
재판부 “경제적 이해관계 명확하지 않고 IRB 규정도 불분명”
검찰, 대가성 주장했지만 법원 “실질적 가치나 고의성 부족” 판단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제약사로부터 주식을 받은 뒤 임상시험에 참여한 의과대학 교수 2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청탁이나 고의적인 정보 누락이 있었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지난 7월 4일, 업무방해 및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와 B씨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사건번호 2020고합5*8).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두 사람의 행위가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정도의 위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사건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F제약사가 한국에서 진행하던 관절염 치료제 ‘C 주사법’의 국내 임상시험에서, H병원 소속 정형외과 과장이자 L대학교 교수인 A씨와 G병원 전문의이자 M대학교 교수인 B씨가 시험책임자로 참여했다.
검찰은 두 교수가 같은 그룹 산하의 미국법인 E제약사로부터 주식 1만 주씩을 부여받고, 해당 주식이 상장되면서 각각 20억 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얻었다며 대가성 있는 청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두 사람은 주식을 처음엔 스톡옵션 형태로 받았으나 행사 시한이 도래하자 실제 주식을 무상으로 넘겨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검찰은 이들이 해당 이해관계를 병원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IRB)에 고의적으로 누락하고 연구계획서를 제출함으로써 IRB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공소를 제기했다. B씨의 경우 F제약사와 자문계약을 맺고 2천만 원가량을 별도로 수령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두 교수 측은 해당 주식은 과거부터 제공해온 무상 자문에 대한 사후적 보상이며, 향후 미국 내 자문에 대한 대가로 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E제약사 대표도 법정에서 이 같은 내용을 진술하며, 주식 제공은 장기간 자문에 대한 보상이었음을 인정했다.
또한 B씨가 체결한 자문계약은 국내 임상시험과는 별개의 내용이며, 계약서에도 그 구분이 명시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 다수의 연구자와 기관이 관여하는 임상시험 구조상 특정 연구자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고, 실제 제공된 주식의 초기 실질 가치는 거의 없었으며, 행사 시점도 권리 소멸 직전이었다는 점을 들어 대가성 인정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IRB 관련 규정이 경제적 이해관계의 공개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있지 않으며, E제약사와 F제약사가 서로 독립된 법인으로 설립돼 있었다는 점에서, 이를 동일한 회사로 인식했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IRB 담당자들 또한 관련 규정의 해석에 일관성이 없었음을 인정했으며, 이 역시 피고인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와 정황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피고인들의 행위가 명확한 범죄로 단정되기에는 부족하다"며, 두 사람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수년간 이어진 검찰 수사와 법정 공방은 피고인들의 전면적인 무죄로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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