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방지 실시간 보고 의무화 추진에 병원계 “현실성 떨어진다” 반발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병원협회 공식 반대
현장과 실시간 정보 괴리·업무 중복성 우려
과태료 규정·인력 부담도 논란

응급실에서 환자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의료기관에 응급실 수용능력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되자, 병원계가 현실성과 실효성 부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응급의료에관한법률’ 일부개정안은 의료기관이 응급의료기관의 시설, 인력, 장비 등 운영상황과 수용능력 현황을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의무적으로 통보하고, 이를 응급의료정보통신망에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약 정보 미통보나 허위 통보 시에는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도 부과된다.

이번 개정안은 응급환자와 보호자에게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의료기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하지만 대한병원협회는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출하며, 개정안의 실효성과 현장 적용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병원협회는 응급의료기관의 상황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제로는 통보 시점과 현장 상황 사이에 불가피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응급실 내에서 원내 응급상황이 발생하거나, 인력 교체, 당직 시스템 변경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수용능력과 현장 여건이 빠르게 달라질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보고된 정보와 실제 환자 도착 시 상황이 달라져 민원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기관별로 실시간 수용능력 파악을 위해서는 각 진료과별 상황, 즉각적인 조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해 상당한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데이터 담당 인력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실제 상황이 빈번히 변동되는 만큼 정보 신뢰성 문제와 불필요한 행정 민원 발생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다.

병원협회는 응급의료기관이 이미 국가응급진료정보망을 통해 15분에서 1시간 단위로 응급실, 중환자실, 병원 전체 입원실의 가용 병상 정보를 주기적으로 전송하고 있으며, 이 데이터가 응급의료기관 평가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업무 중복성도 우려했다.

특히, 개정안이 규정한 과태료 부과는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이미 응급의료기관 평가에 따라 보조금, 응급의료 수가 등에서 차등이 적용되고 있는데, 여기에 과태료까지 더하는 것은 이중 부담이라는 것이다. ‘거짓으로 통보하는 경우’의 범위가 불명확해 실제로는 환자 도착 시 상황 변동으로 인해 의료기관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병원계는 응급실 수용능력 실시간 보고 의무화가 응급환자 보호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려면, 행정 부담과 정보 변동성 등 현장의 현실적인 문제점을 충분히 반영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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