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아산·건양대·충북대 등 지방 거점병원 지원율 절반 남짓
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대 등 수도권 대형병원은 70~80% 채워
“일부 진료과 사실상 공백…지방 의료체계 흔들릴 수 있어”
2025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수도권과 지방 간 충원율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수도권 주요 병원은 지원율이 70~80%에 달한 반면, 지방 거점병원 상당수는 절반 수준에 그치며 지역 필수의료 인력난 심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마감된 강릉아산병원은 레지던트 정원 27명 중 15명만 지원해 55.6%에 머물렀다. 강원 영동권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임에도 절반 수준에 불과해 지역 응급·중증 진료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양대병원도 인턴 34명, 레지던트 116명 등 총 150명 모집에서 51%만 채워 절반을 넘지 못했다.
전북대병원은 정원 208명 중 133명이 지원해 63.9%였고, 인턴 충원율은 55%에 그쳤다. 전남대병원도 390명 중 63% 충원, 충북대병원은 인턴 50%, 레지던트 56%에 불과했다. 원광대병원 역시 51% 수준에 머물렀다. 조선대병원은 상대적으로 높은 76%였으나 과거 100% 충원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다.
반면 수도권 병원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서울아산병원은 82%, 삼성서울병원 77%, 가톨릭중앙의료원과 서울대병원 각각 70%, 세브란스병원은 65%를 기록했다. 노원을지대병원 역시 70~80%를 채웠다. 빅5 병원을 중심으로 수도권 수련병원은 대체로 안정적인 복귀세를 보였다.
전국 전공의 정원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빅5 병원들이 70~80%를 충원하면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더욱 두드러졌다. 한 지방병원 관계자는 “서울은 이 정도면 괜찮다는 분위기지만 지방은 심각하다”며 “일부 과는 지원자가 거의 없어 정상적인 수련 운영이 어려운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결과는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 모집이 중단됐다가 재개된 이후 처음 나타난 집계다. 과거 국립대와 지방 거점병원들이 100%에 육박하는 충원율을 보이던 때와 달리, 절반 수준에 머무는 병원이 속출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지방에서 인턴 충원이 부진할 경우 레지던트 단계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 필수 진료과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지방 의료체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공의 모집은 27일 고신대병원, 중앙대의료원 등을 끝으로 마무리되며, 최종 합격자는 이번 주 안에 발표된다. 새로 선발된 전공의들은 오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수련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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