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약국 확대 시행 두 달여 앞두고 참여 저조
EMR 개편·유지보수 부담에 의료계 “구조적 지원 필요”
정부 “편의성 높아…홍보·유인책 병행 추진”
오는 10월 25일부터 의원·약국까지 확대 시행되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실손24) 2단계 사전 참여율이 2.2%에 그치면서 제도 안착에 빨간불이 켜졌다. 비용·수수료 갈등과 업무 부담 우려가 여전해 단기 확산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8월 5일 기준 실손청구 전산화 참여 요양기관은 총 6757곳이다. 이 중 병원 1045곳, 보건소 3564곳, 의원 861곳, 약국 1287곳으로, 지난해 10월 1단계 대상이었던 병원급·보건소 참여율(59.1%)에 비해 이번 2단계 대상인 의원·약국의 사전 참여율은 크게 낮다.
금융당국은 생·손보협회, 보험개발원,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전자의무기록(EMR) 업체 등과 수십 차례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서버비, 시스템 개발비, 유지보수비 지원책도 마련했지만, 수수료 기준을 두고 병원·약국과 보험업계 간 의견차가 커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과도한 수수료 요구’ 논란까지 제기됐다.
현장에서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더라도, 설치·운영 비용과 업무 조정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원·약국은 EMR 개편과 추가 장비 설치에 따른 초기 투자와 장기 유지보수 부담을 우려하며 참여를 망설이고, EMR 업체도 비용 부담 주체를 놓고 보험업계와 대립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제도의 편의성과 효용성을 강조한다. 소비자단체 ‘소비자와함께’ 조사에서 제도 이용자 89%가 기존 청구 방식보다 편리하다고 답했고, 94%가 재이용 의사를 밝혔다. 참여 병원 79%도 환자 서비스 만족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 조사는 이미 제도에 참여한 기관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전체 의료기관의 저조한 참여율과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의료계 의견 수렴을 위해 보험업법상 법정 회의체인 실손전산운영위원회를 활용하고, 네이버·카카오 지도 검색, 포인트 지급 이벤트, 약국 봉투 홍보물, ‘참여 인증 스티커’ 배포 등 다양한 홍보·유인책을 병행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법 시행 이후 ▲비용·수수료 문제로 인한 확산 지연 ▲EMR 네트워크 중심의 부분 확산 ▲활성화 부진 시 참여 의무화 논의 가능성을 주요 시나리오로 꼽는다. 특히 의료계는 최근 본인 확인 의무제 도입 등 업무 부담 증가가 참여 확대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개원의는 “정부가 말하는 편의성은 인정하지만, 설치·운영 과정의 비용과 업무 부담이 의료기관에 전가되는 구조”라며 “단순한 홍보나 인센티브만으로는 참여 확대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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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