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 공백 동안 PA 대체 시스템 안정화, 교수들 “전공의보다 선호”
AI 활용 늘며 연구·행정 업무 의존도 급감…전공의 입지 흔들려
병원, 역할 재조정 TF 가동…재정 부담·갈등 불가피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가 임박했지만, 진료현장은 이미 크게 달라져 있다. 전공의 부재를 메우기 위해 구축된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간호사) 중심 대체 시스템과 인공지능(AI) 활용 확대가 자리 잡으면서, 과거 전공의들의 역할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복귀 이후에도 예전 같은 입지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년 6개월 전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 공백이 발생하자 각 병원은 PA를 대거 양성·투입하며 위기 대응에 나섰다. 정부도 자율성을 부여해 수술 보조, 환자 관리, 기록 작성 등 기존 전공의 업무 상당 부분을 PA가 수행하도록 했다.
대학병원들은 PA 인력을 두 배 이상 확충했고, 결과적으로 진료현장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교수들 사이에서는 PA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 한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처음에는 우려했지만 지금은 PA 없이는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안정화됐다”며 “책임감과 숙련도 측면에서 전공의보다 낫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공의 복귀는 PA와의 업무 중첩 문제를 불가피하게 만든다.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상급종합병원들은 이미 TF를 꾸려 PA와 전공의의 역할을 구분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PA 재배치에 따른 간호사 반발과 교수들의 만족도, 병원의 재정 부담 등 복잡한 과제가 남아 있다.
AI의 확산도 전공의들의 설 자리를 좁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전공의들이 맡아왔던 자료 조사, 번역, 논문 정리 등의 업무 상당수가 AI 프로그램으로 대체되면서 교수들의 의존도가 크게 줄었다.
한 종양내과 교수는 “의정 사태 초반에는 다학제 컨퍼런스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교수들이 직접 AI를 활용해 자료를 만들고 있어 큰 불편이 없다”며 “전공의가 돌아오더라도 과거와 같은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AI는 학술대회 발표 자료 작성, 임상 연구 보조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전공의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공의 복귀 후에도 교육과 진료 환경은 ‘뉴노멀’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전공의들은 복귀를 앞두고 △수련시간 단축 △입원전담전문의 확충을 통한 당직 축소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PA와 AI가 일정 부분을 대체한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다시 역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병원과의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복귀는 단순히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를 넘어, PA와 AI 확산 속에서 새롭게 형성된 수련·진료 시스템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가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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