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비뇨기 전문의 전국 29명뿐, 서울 집중 현상 심각
고령 산모 늘며 기형아 증가…수술 대기만 수개월
전문의 부족 심화…“국가 차원 육성 정책 시급”
국내에서 출산율 저하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어렵게 태어난 아이들이 생식기 이상을 갖고 태어나더라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어려운 현실이 드러났다.
특히, 소아비뇨의학과 전문의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수도권 외 지방에서는 사실상 전문적인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다. 소아비뇨의학은 성인 비뇨의학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특수 분야로, 대부분 선천적 기형이나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능적 이상을 치료한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김희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장에서 의료진과 논의한 결과 서울에서 거리가 먼 남부지역부터 이미 소아의료 위기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위기의 배경에는 소아비뇨의학 전문의의 급격한 감소가 있다. 실제 대한소아비뇨의학회는 수년 전부터 소아비뇨의학 인력 부족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왔으며, 최근 2~3년 사이 소아비뇨기 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의사의 수가 더욱 줄어들었다고 보고했다.
박성찬 대한소아비뇨의학회 회장은 "소아비뇨의학과 전문의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은 곧 소아 비뇨기 질환 진료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소아는 단지 크기만 작은 성인이 아니다. 소아비뇨의학은 성인과 전혀 다른 접근 방식과 특화된 술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아 비뇨기 질환은 주로 출생 시 나타나는 선천성 기형으로, 미세하고 정교한 수술 기술이 필수적이다. 확대경이나 현미경을 사용한 세밀한 수술법을 활용해야 하며, 아이의 성장 상태에 따라 치료 기준이 변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성인과 비교해 수술 난이도가 높고, 예후 역시 신속한 진단과 조기 치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비뇨의학 분야의 권위자인 주명수 서울아산병원 명예교수도 "30년 이상 비뇨기 질환을 다뤘지만 소아 환자를 진료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고 까다로운 문제"라고 밝혔다.
최근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산모의 출산 나이도 함께 증가했고, 그에 따라 고위험 산모 비율도 늘어나 선천성 기형아 출생률도 증가 추세다. 그러나 기형이 발견돼도 전문의 부족으로 인해 수술을 받기 위해 최소 2~3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흔히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지방에서는 전문의와의 상담 자체가 어려워 아이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기회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송상훈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현재 소아를 전담하는 비뇨의학 전문의가 수도권에 약 8명, 지방에는 4명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나, 실제 이들이 소아환자를 얼마나 전문적으로 보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소아비뇨의학과 전문의라 하더라도 대부분 성인과 소아를 함께 진료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문의 확충이 매우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소아비뇨의학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소아비뇨의학 전문의는 전국적으로 단 29명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소아환자만을 전담하는 전문의는 9명에 그치며, 앞으로 5년 후에는 이마저도 7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들의 절반 이상인 11명이 서울에만 몰려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원의는 "소아비뇨기 질환은 반드시 대학병원급 이상의 전문병원으로 환자를 전원시켜야 하지만, 환자를 보낼 병원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특히 소아비뇨의학 전문의들은 국내 의료체계가 소아 비뇨기 수술의 난이도와 위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외과 수술 수가가 성인을 기준으로 설정되다 보니 난이도가 높은 소아외과 분야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성찬 회장은 "소아 요도하열 등 기형 질환은 기능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반드시 소아 전문의가 담당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술에 필요한 수가코드는 네 가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소아비뇨기 수술을 전담할 의사가 한 명도 남지 않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대한소아비뇨의학회는 소아비뇨기 전문 인력을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할 수 있도록 정부에 진료 및 전문 수술 수가 인상, 병원별 전문의 지정과 지원, 소아청소년과와의 연계 교육 지원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소아비뇨의학 전문의는 국민 생식력 유지 차원에서도 필수적인 인력"이라며 "출산율 감소로 인한 수요 위축에도 전문 인력이 줄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젊은 의사들이 소아비뇨의학 분야를 어렵고 지루한 분야로 인식하지 않도록 다양한 실용적이고 흥미로운 교육 콘텐츠를 마련 중이며, 일본처럼 다른 비뇨기과 세부 분야와 병행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 회장은 "소아비뇨의학 분야의 중요성을 국민과 정부에 제대로 인식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와 정책 제안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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