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직역 간 충돌로 시행규칙 입법예고 지연
간호협회·의사단체·전문간호사·체외순환사 반발 확산
복지부 "시범사업으로 공백 메울 것…입법 속도 낼 계획"
오는 21일 간호법 시행을 앞두고 보건복지부가 진료지원간호사(PA) 업무에 대한 세부 기준 마련을 완료하지 못하면서, 당분간 관련 규정의 공백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진료지원 업무를 둘러싼 각 직역 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시행규칙 제정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간호법 시행을 위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지난 4월 입법예고했지만, 가장 논란이 큰 '진료지원업무 세부 기준'은 이번 예고안에서 제외됐다. 복지부는 지난달 21일 해당 규칙안을 뒤늦게 공청회 형태로 공개했지만, 공청회에서는 간호사, 의사, 전문간호사, 체외순환사 등 다양한 직역 간 의견 충돌만 확인됐을 뿐 합의점 도출은 이뤄지지 못했다.
복지부 간호정책과 관계자는 “간호법은 예정대로 시행되지만 진료지원간호사 관련 규정은 내부 검토가 더 필요하다”며 “공청회 이후 수렴된 직역별 의견을 정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규칙안이 아직 입법예고조차 되지 않아, 설령 예고가 곧 시작된다 하더라도 공포까지는 통상 수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그에 따라 간호법 시행 이후 일정 기간은 진료지원 업무에 대한 공식 기준 없이 시범사업 체계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
복지부는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진료지원 관련 시범사업을 계속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새 규칙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시범사업 기준을 적용해 혼선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큰 문제 없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진료지원 업무에 대한 규칙안을 둘러싼 직역 간 갈등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달 20일부터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며 ‘졸속 제도 중단’, ‘간호협회 중심의 교육관리’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간협은 앞으로도 시위와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며 시행규칙 개정에 현장 의견이 반영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의료계도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진료지원간호사의 업무범위 확대가 의료계와의 사전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간협이 진료지원 교육 주체를 자신들로 한정하려는 시도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간호사 단체 역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한전문간호사협회는 현재 정부안이 전문간호사 자격이 없는 전담간호사에게도 진료지원 업무를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제도의 체계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오는 7월 5일 예정된 정책 세미나를 통해 복지부 규칙안의 문제점을 공론화할 계획이다.
체외순환사들의 우려도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진료지원 업무에 체외순환 항목을 포함시킨 데 대해, 체외순환사들은 자신의 직역이 존폐 위기에 놓였다고 주장하며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간호법 시행을 앞두고 진료지원 업무의 세부기준을 둘러싼 다양한 직역 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복지부는 구체적인 입법예고 일정조차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확정된 일정은 없지만, 조속한 입법 추진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속도감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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