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강한 반대…“1% 위해 99% 위험 초래”

국회 입법예고에 반대 의견 6400여 건 넘어서
의협 “안전성·유효성 확보 어려워 국민 건강권 위협”
복지부 “의료 질 보장하는 보완적 수단으로 제도 마련 중”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는 “비대면진료는 의료 접근성이 낮은 1% 국민을 위해 99% 국민 건강에 위험을 가져오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기사와 관련 없음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대면진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자, 입법예고 기간에만 6400건이 넘는 반대 의견이 접수됐다. 의협도 지난 6월 정례브리핑에서 “중증 환자의 안전 문제를 방기할 우려가 크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7일 열린 의료정책포럼에서는 대한의사협회 전성훈 법제이사, 김충기 정책이사, 대한내과의사회 조승철 총무이사, 에비드넷 조인산 대표, 보건복지부 성창현 의료정책과장 등이 참석해 비대면진료의 문제점과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전 법제이사는 “의료의 핵심인 안전성과 유효성이 비대면 환경에서는 보장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확한 진단을 위한 대면 진찰과 검사가 불가능해 국민 건강권 침해 가능성이 크다”며 “실제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주민은 전체 인구의 약 1%에 불과하며, 이들을 위한 제도가 전체 국민 건강에 위험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정책이사는 “비대면진료를 단순히 편의성이나 접근성 향상 수단으로만 보는 것은 오류”라며 “임상적 안정성과 치료 효과를 희생하면서까지 도입할 명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지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에비드넷 조 대표는 “비대면진료를 플랫폼이 아닌 의료 도구로 바라봐야 한다”며 “광고와 노출 순위 중심의 플랫폼 구조는 의료 공공성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형 제도를 만들기 위해 의료 생태계 전반을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대한내과의사회 조 총무이사는 “비대면진료는 환자와 의사가 주도해야 하는데 현재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진료 건수만 기준으로 삼으며, 비대면진료 중 발생한 의료사고 5건에 대해서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조 이사는 “2개월 전 의협 정책국을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비대면진료 참여율, 전문과목, 지역, 병명, 초재진 비율 등 14개 항목 자료 제공을 요청했지만, 심평원은 자료가 없거나 별도 가공이 필요하다며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범사업 자료조차 없는 상태에서 ‘사고는 없었다’는 말만 믿고 초진 비대면진료를 확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비대면진료의 위험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성창현 의료정책과장은 “2만6000여 건의 비대면진료 중 5건의 사고 신고가 있었지만 심각한 위해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필수의료 분야 사고 보상 체계는 별도로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성 과장은 본인 확인 절차와 관련해 “플랫폼 이용 시 본인 확인이 이뤄지고 있으며, 전화 진료 시에도 기존 진료 기록에 기반해 의사가 판단한다”며 “법적으로 명확한 이용 절차 규정이 필요하며, 의료계 의견 수렴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비대면진료 제도화는 현행 의료법상 금지 조치를 해제하고 의사의 전문 판단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가이드라인은 의료계가 주도해 만들어야 하며,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비대면진료는 의료 중심이 아닌 보완적 수단이어야 하며, 안전성과 의료 질을 보장하는 제도 설계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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