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보험사기 캠페인에 의료계 반발…“의사 낙인찍기, 명예훼손 소지”

강남역 대형 스크린 광고 예고에 의료계 “잠재적 범죄자 취급”
의협 “보험업계 구조 문제 전가 말라…법적 대응 검토”
“브로커 조직은 빠지고 의료인만 타깃 삼은 보여주기식” 비판도

금융감독원이 추진 중인 보험사기 근절 캠페인에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이번 홍보가 전체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고 간다는 지적이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성형외과가 밀집한 강남역 일대에 대형 디지털 스크린 60개를 설치해 보험사기 유형 및 처벌 수위를 알리는 홍보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의사 전용 플랫폼과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경고성 배너를 게재해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조치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 3월 사기범죄 양형기준 개정을 통해 보험사기를 정식 포함하고, 특히 의료인을 비롯한 전문직 종사자의 가담 시 처벌을 무기징역까지 강화하도록 한 데 따른 후속 대응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9월부터 이 홍보 캠페인을 본격화하며, 대국민 인식을 높이기 위해 인기 드라마를 패러디한 ‘폭싹 걸렸수다’, ‘폭싹 망했수다’ 등의 숏폼 콘텐츠를 인플루언서를 통해 확산시킬 계획도 밝혔다. 해당 콘텐츠는 전국 대형마트 내 659개 디지털 스크린을 통해 송출된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여러 의료인들은 이번 홍보가 전체 의사를 부정적 이미지로 몰아간다며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금감원이 보험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의료인에게 전가하는 방식의 낙인찍기 홍보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개원의는 “보험사기 자체는 분명히 단죄돼야 마땅하지만, 캠페인 내용과 방식이 마치 병·의원이 범죄의 근원인 것처럼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며 “정부가 의사를 상대로 무기징역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진행하는 대대적 홍보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 원장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환자가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지 못하거나 삭감되는 일이 더 흔하다”며 “문제는 보험업계 구조에 있는데, 의료인을 집중적으로 겨냥하는 건 잘못된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번 사례는 과거 유사 캠페인보다 더 공세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2022년 9월에도 보험업계는 서울 주요 지하철역에서 보험사기 신고를 독려하는 포상금 제도를 홍보한 바 있다. 당시에도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기관을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간주하는 내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정부 기관인 금융감독원이 직접 나선 만큼 의료계의 반응은 더 격앙돼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실손보험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광고 실태에 대한 조사를 착수하고, 명예훼손 여부 등 법적 대응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태연 의협 실손보험TF 위원장은 “보험사기 엄단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특정 직역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광고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변호사나 정치인이 연루됐을 때도 이런 방식으로 캠페인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보험사기를 근절한다면서 보험금 지급 문제엔 손 놓고, 의료인만을 희생양 삼는 식의 접근은 수용할 수 없다”며 “홍보 내용과 경로, 표현 수위 모두 검토해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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