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실은 부정했지만 설명의무 위반 판단
뇌농양 진단 환자 "자기결정권 침해됐다" 주장
감염 안내 부족한 치료 대응, 법적 책임으로 이어져
치과 치료 이후 뇌농양과 뇌실염을 앓게 된 환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의료과실은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제1민사부는 지난달 15일, 환자 A씨가 치과의사 B씨와 해당 치과의 공동운영자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2023가합53*73)에서 “의료과실은 없지만 설명의무는 위반됐다”며 피고들이 A씨에게 공동으로 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22년 2월,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E치과에서 파절된 치아의 치료를 받았고, 이후 6월부터는 근관치료와 임플란트 시술을 이어갔다. 그런데 같은 해 7월 말, 고열과 두통으로 의식을 잃은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고, 검사 결과 뇌농양 및 뇌실염 진단을 받았다.
수술과 입원 치료를 받은 A씨는 이후 인지기능 저하와 우울, 기억력 장애 등의 후유증을 겪으며 택시 운전 일을 중단했다. 감정 결과 노동능력 상실률은 24%로 평가됐고, 그는 이 감염이 치과 치료와 연관된 것이라며 총 1억 5천만 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A씨는 치료 과정에서 초기에 항생제가 처방되지 않았고, 감염이 악화된 뒤에도 전원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의료과실을 주장했다. 아울러 감염 위험성과 이에 따른 중대한 후유증 가능성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씨 측은 항생제 처방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으며, 실제로 증상이 호전된 점도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뇌농양의 경우 면역력 저하와 같은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고, 설명 역시 충분히 이뤄졌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문 감정과 의학 교과서 내용을 근거로 항생제 투여 여부는 치과의 재량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며, 치료 경과를 지켜본 후 처방한 점은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감염균이 구강 이외 장기에서도 존재하는 상재균이라는 점, 환자의 코로나19 감염 이력과 기저질환, 장염 소견 등이 감염에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언급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가 감염 위험성에 대해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뇌농양은 치성 감염의 알려진 합병증 중 하나로, 이에 대한 설명과 함께 증상 발생 시 필요한 대응 방안이나 상급병원 방문 등의 안내가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가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치료 이후 전달된 주의사항 안내문에 감염 대응 관련 정보가 없었고, 진료실 직원의 설명이 있었더라도 그 진술의 객관성은 확보되지 않았다고 재판부는 봤다. 특히 감염 증상이 실제로 나타난 상황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설명이 필수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고 인정하고, B씨와 치과 공동운영자 C씨에게 위자료 300만 원을 공동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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