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중심으로 “개인 시간·명예보다 실리” 문화 확산
의정 갈등 겹치며 학회 활동 회피 명분까지 생겨
일부 학회, 젊은층 붙잡기 위해 사비 쿠폰 지급까지
의학계 춘계학술대회 시즌이 본격화된 가운데, 각 학회들이 행사 준비 못지않게 집행부 구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회장이나 이사장과 함께 학회를 이끌 주요 임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커지면서다.
젊은의사들 사이에서 학회 활동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스승의 권유나 추천을 받아 자연스럽게 임원진에 합류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관행도 거의 사라진 상태다. 명예직으로 여겨졌던 학회 집행부의 위상도 이제는 과거의 일이 됐다.
이 같은 흐름은 사회 전반의 세대 교체와 무관치 않다. 현재 1980~2000년대 출생한 의사들, 즉 MZ세대가 학회 임원에 적합한 나이에 도달하고 있으나, 이들은 대부분 임상, 교육, 연구 등 실질적인 업무에 집중하면서 학회 활동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통상 조교수급에 해당하는 이 시기의 의사들이 과거에는 학회 이사직을 맡으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선배나 교수의 권유에도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유롭고 실리적인 사고를 중시하는 세대 특성상, 개인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학회 활동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려는 의사가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이어지고 있는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 상황은 젊은의사들에게 학회 참여를 거절할 명분으로 작용하며 심리적 부담도 덜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떤 학회는 상대적으로 회원층이 두터워 큰 어려움 없이 임원을 구성하고 있지만, 분과학회들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한 외과 분과학회 회장은 “과거 조교수급에서 맡던 홍보이사, 교육이사 같은 자리를 채우는 일이 해마다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젊은세대가 학회 활동에 부담을 느끼고 꺼리는 분위기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학회 활동은 명예가 아니라 개인의 시간을 내야 하는 불편한 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회는 젊은의사들과의 면담을 통해 이들의 어려움을 직접 청취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실제 한 내과 분과학회는 면담을 통해 젊은 임원들이 육아, 배우자의 반대 등으로 인해 학회 활동에 부담을 느낀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들을 위한 위로의 의미로 분기별 ‘치킨·케이크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이 쿠폰은 학회 회장이 사비로 마련한 것이다.
그 회장은 “쿠폰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학회 차원에서 가정에 대한 배려와 성의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대학병원에 남지 않으려는 분위기까지 겹쳐 젊은의사들에게 학회 참여를 권유하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며 “예전처럼 학회 활동에 자부심을 느끼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도제식 교육 문화의 종말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대학병원 시니어 교수는 “과거에는 ‘가방모찌’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쓰이던 시대였다”며 “지금은 스승과 제자, 선후배 간의 관계 자체가 많이 달라졌고, 그런 문화의 연장선이던 학회 참여도 달라지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회 역시 변화하는 세대에 맞춰 집행부 구성 방식에 대한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며 “젊은세대와의 소통을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다양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새롬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