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건물 병원·약국, 곧바로 위법 아니다”… 법원, 등록 취소 청구 기각

공간 분리된 병원과 약국, 운영상 종속성 인정 어려워
“건물 일부 분할 임대는 위법 아냐”… 약사법 해석 분기점
지역 특성 고려해 사실상 공모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

의료기관과 약국이 한 건물 1층에 함께 입주한 사례를 두고 기존 인근 약사가 제기한 등록 취소 요구에 대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공간이 분리되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이상, 단순히 건물을 공유한다는 이유만으로 약사법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지난 19일, 서울 광진구 소재 건물에서 개설된 새 약국에 대해 기존 약사 A씨가 제기한 등록 취소 청구 소송(2024구합6*858)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해당 사건은 광진구에 위치한 한 복합건물에서 발생했다. 지하 4층, 지상 7층으로 구성된 이 건물은 상가, 학원, 오피스텔 등이 함께 입주한 구조로, 기존에는 전자제품 업체가 1층과 지하를 함께 임대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업체가 계약을 종료하면서, 건물 소유주인 학교법인은 1층 공간을 두 구역으로 나눠 넓은 공간에는 의원, 나머지 공간에는 약국이 들어서도록 임대 조건을 조정했다.

약국을 개설한 B씨는 해당 구역을 임차해 보건소로부터 2024년 1월 정식 등록 허가를 받았고, 이후 개업했다. 하지만 인근에서 기존 약국을 운영하던 A씨는 이 구조가 약사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의료기관의 시설이나 부지를 분할해 약국을 운영하는 것은 약사법상 금지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동일 건물에서 병원과 약국이 나란히 개설된 점은 의사와 약사 간 이해관계 결탁을 유도할 수 있어 규제 취지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에서 법원은 “약사법상 금지되는 것은 병원과 약국이 공모하거나 종속된 형태로 운영될 경우이지, 동일 건물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위법성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장 구조를 확인한 결과, 의원과 약국은 벽체로 명확히 구분돼 있었고, 출입문도 별도로 설치돼 있었다. 또한 임대 계약도 각각 독립적으로 체결됐으며, 병원과 약국 사이에 경영적 연결점이나 공모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

판단에는 지역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사건이 발생한 해당 상권은 서울 지하철 역세권 상업지구로, 다수의 의원과 약국이 밀집된 구조다. 이처럼 병원과 약국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곳에서 특정 병원과 약국이 배타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결국 재판부는 “해당 약국이 의료기관에 종속됐거나 양자 간 공모에 의한 운영 형태라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판결은 약국 개설과 관련된 약사법 해석에 실무적 기준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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