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의무 위반 인정…자녀 2명에 각 1000만원 배상 판결 유지
의료 과실은 인정되지 않았지만 자기결정권 침해에 책임
2심서 일부 감액…“충분한 설명 없었다는 점 명백”
수술 후유증 치료 과정에서 뇌 손상을 입고 결국 사망한 환자의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의료 과실은 인정되지 않았지만, 의료진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유족 일부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유지됐다.
광주고등법원 민사3부(재판장 최창훈 부장판사)는 A씨 유족이 모 대학병원과 소속 전문의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양측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1심 판단을 대체로 유지하며 병원 측과 의료진이 공동으로 A씨 자녀 2명에게 각각 1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단, 2심에서는 일부 지연손해금이 감액됐다.
사건은 2019년 11월 A씨가 급성 담낭염으로 담낭절제술을 받은 후 수술 부위에서 담즙이 새어 나와 다시 대학병원 응급센터로 이송되며 시작됐다. 병원 측은 내시경을 이용한 역행성 담즙 배액 시술(ERBD)을 시행하기로 하고 A씨에게 진통제, 신경안정제, 마취제 등을 투여했다.
하지만 시술 전 A씨가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자 의료진은 검사를 중단하고 정맥주사 등 처치를 시행했으나, 곧 호흡과 맥박이 악화되어 심폐소생술이 이뤄졌다. 이후 A씨는 저산소성 뇌 손상을 입은 채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약 2년 뒤인 2021년 9월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이에 유족들은 “환자에게 전립선비대증이 있었음에도 금기 약물을 투여했고, 진정제를 과다하게 사용했다. 또한 시술 중 응급상황 발생 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동석하지 않아 조치가 지연됐다”며 의료진의 과실을 지적하고, 합병증 가능성에 대한 사전 설명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의료감정 결과와 병원 내부 지침 등을 토대로 약물 투약 등 의료 행위에는 명백한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으나,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던 점은 인정했다. 즉, 예상되는 부작용이나 응급상황 발생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1심은 “A씨의 연령, 시술 난이도와 경과, 설명을 받았을 경우의 동의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위자료로 2000만 원이 적정하며, 상속권이 있는 자녀 2명에게 각 1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2심 재판부 역시 1심의 판단을 유지하면서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선 책임이 존재하며, 의료과실 자체는 인정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일부 지연손해금은 감액해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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