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관리급여’ 졸속 추진 강력 반발…“비급여 시장 자율성 침해, 실손보험사 이익 대변”

건정심 보고된 관리급여 제도에 강력한 우려 표명
비급여 제한 통한 의료행위 사장 가능성 지적
“차기 정부에서 의료계 논의 통해 재설계해야” 입장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보고된 ‘관리급여’ 제도 추진에 대해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비급여의 적정 관리를 명분으로 도입을 추진 중인 이 제도는 의료계 자율성과 진료의 다양성을 해칠 뿐 아니라, 실손보험사 중심의 논리에 의해 운영될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의협 실손보험대책위원회는 최근 공식 입장문을 통해 “5월 22일 건정심에서 논의된 ‘관리급여’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정당성을 상실한 정부가 임기 말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정책”이라며, “정권의 정치적 기반이 무너진 상황에서 의료체계 근간을 흔드는 개편을 졸속 추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관리급여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발표한 제2차 의료개혁 실행방안 중 하나로, 건강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비급여 항목 중 과잉 우려가 큰 항목을 선별해 일정 기준 하에 제한적으로 관리·급여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의협은 이 제도가 실손보험사의 손해율을 관리하려는 목적에 치우쳐 설계됐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정부는 환자 보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실손보험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으로 왜곡되고 있다”며 “비급여 항목 선정 과정도 실손보험 기준에 맞춰 진행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특히 과거 PRP(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 치료처럼, 일부 의료행위가 선별급여로 전환된 뒤 사용 조건이 과도하게 제한되고, 수가가 현저히 낮아져 의료 현장에서 사장된 사례를 거론하며, 관리급여가 또 다른 ‘비급여 퇴출 기전’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이러한 방식은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박탈하고, 개원의들의 경영 환경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의료 현장의 현실과 자율성을 무시한 채 제도를 밀어붙이는 것은 의료체계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절차의 투명성과 정당성 문제도 지적됐다. 의협은 관리급여 항목을 선정하는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가 정부 주도로 구성돼 비공개 운영되고 있으며, 기준과 과정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비급여는 이미 다수의 환자에게 효과가 검증된 치료이며, 이를 제한하려면 명확한 기준과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실손보험과 비급여 간 왜곡된 수요 구조를 개선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손보험이 비급여를 무분별하게 보장하면서 의료 소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했고, 그 결과 비급여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의협은 “이 문제는 의료계의 일방적 책임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며 “실손보험 미가입자도 합리적 비용으로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의협 실손대책위는 ▲관리급여 제도 졸속 추진의 즉각 중단 ▲차기 정부에서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한 제도 재설계 ▲비급여 자율성 및 건강보험 원칙 훼손 중단 ▲보험사가 아닌 환자 중심의 체계 마련 등을 요구했다.

끝으로 의협은 “정치적 정당성을 상실한 정부가 의료제도의 근간을 바꾸려는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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