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명 실습한다면 4000병상 필요... 딜레마에 빠져

- 정부의 의대생 증원 정책: 의료 교육 질의 향상을 위한 야심 찬 계획
- 실습 교육의 질적 저하 우려: 급증하는 의대생과 부족한 실습 기회
- 의료계의 해결책 모색: 병상 수 확충과 부속병원 활용 방안

정부는 의료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대책으로 국립대병원의 교수진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국립대병원에 1000명의 교수를 추가로 충원하고, 의과대학의 시설, 설비 및 기자재 확충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러한 조치는 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의료 서비스의 전반적인 수준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아무리 지원이 따르더라도 급작스레 늘어난 인원 탓에 이론 교육과 실습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더구나 휴학생들이 복학할 경우 각 대학들은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해야 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들은 부속병원에만 실습을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지역 민간·공공의료기관과 교육협력을 맺은 병원에 며칠씩 순환 실습을 시키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기반으로 의대생 ‘교육’을 전제로 설립된 대학 부속병원의 병상 수와 본과 3·4학년인 2개 학년 실습생 수를 통해 실습 교육 여력을 가늠해봤다. 이번 조사에서 부속병원이 아닌 협력병원 병상 수는 제외했다.

우선 충북의대의 경우 가장 많은 인원을 받아 의료계 관심이 집중됐던 곳이다. 기존 정원 49명에서 2025학년도 정원이 200명으로 약 4배 급증했다.

충북대병원은 937병상을 보유하고 있어, 현행 실습생 한명 당 병상 수는 9.56개다. 그러나 정원이 200명으로 늘게 되면 2.34개로 줄어든다.

아주의대와 단국의대, 울산의대는 모두 40명에서 120명으로 3배 정원이 늘었다. 각각의 부속병원은 ▲1318병상 ▲1104병상 ▲1150병상 등을 보유하고 있다.

2개학년 실습생 대비 병상 수의 경우, 아주의대는 16.48개에서 증원 시 5.49개로 줄어들며 단국의대는 13.8개에서 4.6개로 줄어든다. 울산의대도 14.38개에서 4.79개로 여력 병상이 감소한다.

강원대병원에 768병상을 보유한 강원의대는 정원이 49명에서 132명으로 늘면서, 실습생 대비 병상 수도 7.84개에서 2.91개로 낮아진다.

이들 학교 사정과 달리 증원 폭이 크지 않고, 산하에 부속병원이 많을수록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산하에 부산·해운대·상계·일산 백병원 등 부속병원 4곳을 갖고 있고 인제의대는 그 비율이 크게 줄지 않았다.

이곳은 정원이 93명에서 100명으로 늘었고, 실습생 당 병상 수는 17.68개에서 16.44개로 미미하게 변했다.

973병상이라는 적은 병상 수 대비 정원이 125명으로 많았던 조선대병원은 광주보훈병원·국립나주병원·호남권역재활병원·창원한마음병원 등에 돌아가며 실습을 보내고 있었다.

이곳은 이번에 150명으로 정원이 늘었지만 조선대병원 병상만 따지면 실습생 대비 병상 수가 3.89개에서 3.24개로 크게 변화가 없었다.

유급자가 많은 학년은 자리를 못 잡으면 수업을 듣기 어렵고, 책상을 욱여넣어야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실정이라는 게 의대생 증언이다. 실습도 마찬가지다.

우성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대위원장은 “병원 실습을 돌면 수십명의 학생이 실습실을 돌려 쓰고, 직원들의 동선을 방해하는 짐덩어리 취급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학생 한 명이 제대로 된 실습을 하려면 10병상이 필요한데, 현재 병원들 사정으로는 이 같은 교육이 이미 불가하다는 게 교수들 설명이다.

조윤정 고대안암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최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브리핑에서 “의학과 3~4학년이 대게 3~4달 정도 일시에 병원 실습을 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충북의대는 한 학년 정원이 200명이 되면 400명이 함께 충북대병원으로 나가는 데 병상이 800개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400명이 제대로 된 병원실습을 하려면 4000병상 정도는 있어야 한다”며 “그만큼 병원을 증축하려면 돈도 시간도 문제지만, 만든다고 해도 환자들이 차겠느냐”고 우려했다.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전원협회 정책연구소장(인제의대 예방의학교실)도  “의대생 증원에 대학별 부속병원 수도 깊이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속병원 규모가 작은 곳은 학생도 적어야 한다. 인제대의 경우 부속병원이 4곳이라 두 학년 인원이 200명이 되더라도 50명씩 나눠 보낼 수 있다. 그런데 부속병원이 1곳이라면 정원이 2~3배 늘 경우 굉장히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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