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기술수출만 10조 돌파… 제약바이오, 2021년 최고실적 넘본다

조단위 계약 잇따르며 올해 상반기 이미 작년 실적 초과
마일스톤 수령 확대에 계약 실효성도 주목
바이오USA 참가로 하반기 추가 수출 기대감도 커져

올해 상반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체결한 기술수출 계약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21년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 연간 기술수출 총액을 상반기 만에 초과한 상황에서, 하반기에도 추가 계약이 이어질 경우 사상 최고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1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기업들이 공시한 기술수출 금액은 총 10조294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실적인 7조5386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2021년 최고 실적(14조516억원)에 한 발 더 다가선 셈이다.

상반기 실적 급증의 배경에는 연초부터 글로벌 제약사와 체결된 대규모 계약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미국 일라이 릴리와의 기술수출 계약이 두 건 연이어 성사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올릭스는 대사성 간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OLX702A’의 개발과 상용화를 릴리에 넘기는 조건으로 약 91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알지노믹스는 RNA 편집 치료제 개발에 관한 1조9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플랫폼 기술 이전을 통한 대형 계약도 성과를 이끌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영국 제약사 GSK에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활용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 기술을 4조1000억원에 이전하며 올해 최대 규모 딜 중 하나를 성사시켰다.

이 외에도 알테오젠은 아스트라제네카 계열사와 항암 치료제의 피하주사제형 개발을 위한 기술을 이전하며 약 1조9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ALT-B4로 알려진 이 기술은 다양한 항체의약품에 적용 가능한 하이브로자임 플랫폼이다.

기술수출 계약에 따른 수익은 대부분 일시금으로 지급되지 않고 개발 단계별로 마일스톤을 통해 분할 수령된다. 이 때문에 계약 총액만으로 기업의 실적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에는 계약 후 개발 중단으로 기술료를 반환하는 사례도 있었던 만큼, 시장은 계약금과 조기 마일스톤 수령 여부에 더 주목하는 추세다.

실제 최근 성사된 계약들은 초기 수령 금액도 상당한 수준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계약금 739억원과 더불어 최대 1480억원 규모의 단기 마일스톤 수령을 계약에 포함시켰다. 전체 계약 규모는 4조원이며, 이후 개발·허가·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 외에도 매출 연동 로열티가 추가될 예정이다. 알테오젠 역시 계약과 동시에 652억원의 계약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부터 기술수출을 진행했던 기업들도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유한양행은 2018년 얀센에 기술을 이전한 폐암 신약 ‘렉라자’와 관련해 지금까지 약 3000억원의 마일스톤을 수령했다. 미국, 일본에서의 상업화가 진행 중이며, 향후 중국과 유럽에서도 추가 수익 발생이 기대된다.

종근당은 지난해 노바티스에 기술이전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CKD-510의 임상 2상 돌입에 따라 최근 69억원의 마일스톤을 수령했다. 해당 계약의 총 규모는 1조7300억원이며, 계약금은 1061억원 수준이었다.

상반기 실적이 기대 이상을 기록한 가운데, 하반기에는 더 많은 기술수출 계약이 성사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글로벌 바이오 행사 ‘바이오USA’에 대거 참여해 해외 파트너십 확대와 기술이전 협의를 본격화했다.

이번 행사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삼진제약, 에이비엘바이오 등 80여 개 국내 기업이 참여했으며, 한국바이오협회와 코트라가 공동으로 운영한 한국관은 역대 최대 규모로 구성됐다. 이를 계기로 하반기에도 추가적인 대형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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