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합병증·의사 교체 가능성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 설명의무 위반 인정
환자 가족의 허위성 피켓 시위·온라인 글은 의료업무 방해로 판단
쌍방 책임 드문 판례…의료현장·환자 모두 경계해야 할 선례 제시
안과 수술 도중 발생한 합병증을 둘러싼 분쟁에서 법원이 의사와 환자 측 모두에게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이례적 결론을 내렸다. 의료진은 설명의무 위반으로 환자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해야 하지만, 환자 측 가족도 병원 앞 시위와 SNS 게시 행위가 불법행위로 평가돼 병원에 3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환자 A씨는 한 안과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던 중 후낭파열이 발생해 집도의가 다른 의사로 교체됐다. 이후 시력 저하와 시야 장애가 나타나 노동능력의 약 36% 상실이라는 영구적 장해가 남았다.
재판부는 수술 자체에서 의료적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합병증 발생 가능성과 수술 집도의 변경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의서에 추상적으로 합병증 가능성이 적혀 있는 것만으로는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환자가 개별 위험을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도록 더 구체적 설명이 필요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A씨 가족들은 수술 후 병원 입구에서 총 11회에 걸쳐 “내 눈 돌려다오” 등 과격한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해당 장면은 SNS에도 게시돼 불특정 다수에게 확산됐다. 법원은 “해당 문구는 의료과실이 확정된 것처럼 단정적으로 표현돼 있었고, 온라인 전파력까지 고려하면 병원 명예를 훼손하고 의료업무를 방해한 행위”라고 판시했다. 실제로 병원에서는 수술을 취소하는 환자가 생겼고, 지역 커뮤니티에 부정적 댓글이 이어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재판부는 이를 종합해 의사에게는 환자에게 1000만 원, 환자 측 가족에게는 병원에 3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쌍방 책임 판결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흔치 않은 사례라고 설명한다. 의료소송에서는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 되는 경우가 많지만, 환자 측 행동이 의료업무 방해로 인정돼 금전적 책임까지 지운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서울고등법원은 성형수술 부작용을 이유로 환자 가족이 병원 앞에서 과격한 시위를 벌인 사건에서 병원 명예 훼손을 인정해 환자 측에 손해배상을 명령한 바 있다. 2022년 부산지법에서는 수술 실패를 주장한 환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허위 글을 게시해 병원 신뢰를 훼손한 사건에서 업무방해 책임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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