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경상환자, 장기치료 10중 9명 한방병원 간다

한방 경상환자 평균 치료 기간·비용 양방의 2배 이상
한방병원 세트청구 급증하며 진료비 5년 새 두 배로 폭증
정부, 부정수급 방지 위해 진료기록 제출 의무 강화 추진

자동차 사고로 인한 경상환자 중 8주를 넘겨 장기 치료를 받는 환자의 상당수가 한방 치료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해를 돕기위한 이미지 기사와 관련 없음

한방 치료를 받은 경상환자는 평균 치료 기간과 치료비용에서 모두 양방 치료 환자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이며, 한방병원을 중심으로 자동차보험 과잉진료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7일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 4곳(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117만여 명 중 90% 이상이 8주 이내 치료를 마쳤다. 그러나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는 약 11만 5천여 명 환자 중 무려 87% 이상이 한방 치료를 받는 환자였다.

양방 치료 환자의 87% 이상이 4주 이내 치료를 종료한 반면, 한방 환자의 경우에는 4주 이내 치료 종료율이 70.7%에 그쳤다.


8주 내 치료 종료 비율도 한방은 87.8%로 양방(95.8%)보다 낮았다. 이처럼 한방 환자가 장기 치료에 더 많이 노출되는 배경에는 치료 특성과 환자 관리 방식 차이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방 치료를 받은 경상환자의 평균 치료 일수는 10.6일로, 양방 환자의 5.4일 대비 약 두 배에 달했다.


또한 한방 경상환자의 1일당 평균 치료비용은 10만 7천 원으로, 양방의 7만 원보다 53.3% 높았다. 이 같은 비용 상승은 한방병원에서 단순 염좌 진단에도 불구하고 MRI 등 고가 영상 검사와 다종·다량의 한방 치료를 집중 시행하는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한방병원 진료비는 2019년 4,308억 원에서 2024년 9,874억 원으로 5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손해보험 4개사의 한방 진료비(통원 기준)도 2020년 5,271억 원에서 2024년 7,851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 기간 동안 6가지 이상의 한방 시술을 하루에 함께 시행하는 '세트 청구' 비율은 47.5%에서 68.2%로 20%포인트 이상 급증했다.

세트 청구 진료비 비중은 경상환자 전체 평균 69.7%로, 중증도가 더 높은 9~11급 환자 세트 청구 비중(58%)보다도 높아 과잉진료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자동차보험 환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상 체계 개선에 나섰다. 올해 2월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는 자동차보험 경상환자가 8주를 초과하는 장기 치료를 희망할 경우, 보험사가 치료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진료기록부 등 추가 서류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포함한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산재보험의 경우 염좌 요양 기간을 6주 이내로 제한하고 있으며, 대한의사협회는 긴장 및 염좌 치료 종결 시점을 4주 이내로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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