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 반려견 감염성 심내막염 세계 첫 수술 성공

기존 내과 치료 한계 넘은 외과적 돌파구
고난도 인간 수술 기법 '전엽 패치 증강술' 최초 적용
재수술 후 정상 생활 회복, 수술적 치료 가능성 입증

국내 수의 의료진이 세계 최초로 반려견의 감염성 심내막염에 대한 수술적 치료에 성공했다. 이번 사례는 기존 내과적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외과적 개입을 통해 완전한 회복을 이끌어낸 매우 이례적이고 선구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사진 출처 =  넬동물의료재단


해당 수술은 넬동물의료재단 넬동물심장수술팀(대표원장 엄태흠)이 집도했으며, 심폐체외순환(CPB)을 이용한 승모판막 절제 및 재건 수술을 통해 중증 환자의 심장 기능을 성공적으로 회복시켰다. 수술 대상은 단백소실성장병증(Protein-Losing Enteropathy, PLE)을 동반한 8세 스피츠로, 이전에도 장기 항생제 치료 이력이 있는 고위험 환자였다.

1차 수술에서는 퇴행성 변화를 겪은 승모판막의 점액종성 병변을 재건해 판막 역류를 크게 개선했으며, 약물 없이도 회복에 성공했다. 그러나 수술 약 4주 후, 다제내성균인 엔테로코커스 페시움(Enterococcus faecium)에 의한 감염성 심내막염이 발생했고, 이는 장기 항생제 사용과 장염으로 인한 장벽 손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의료진은 6주간의 정맥 항생제 치료로 감염을 통제했으나 판막 손상이 심각해 재수술을 단행했다. 2차 수술에서는 인간 심장 수술에서나 쓰이던 고난도 기법인 '전엽 패치 증강술(anterior mitral valve leaflet patch augmentation)'을 국내 최초로 반려견에 적용해 감염으로 짧아진 승모판막 전엽을 소 심낭 패치로 연장, 기능을 복원했다.

약 9시간에 걸친 수술 후 환자는 모든 심장약과 이뇨제를 중단하고, 재수술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기절 증상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개의 감염성 심내막염 평균 생존 기간이 약 70일인 점을 고려하면, 발병 후 10개월 이상 생존 중인 이번 사례는 수술적 치료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증명한 사례다.

넬동물심장수술팀 엄태흠 대표원장은 "이번 수술은 기존에 수술 불가로 여겨졌던 반려견 감염성 심내막염에 대해 외과적 치료의 가능성을 최초로 제시한 의미 있는 성과"라며, "향후 경과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학술적으로 보고해 세계 수의 심장학계에 새로운 치료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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