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예산, 복귀 분위기에도 1200억 삭감… 정부 대응에 정치권 일제히 제동

의정 갈등 속 예산 줄이며 복귀 시그널 무력화… “정책 신뢰 스스로 깼다”
복지부 “50% 복귀 전제한 최소 편성” 주장… 실제 복귀는 1000명 남짓
수련환경 혁신 예산도 사실상 유명무실… “과목 전체 개선 위한 재조정 필요”

전공의 복귀 논의가 조심스레 재개되고 있는 의료현장에서, 정작 이를 뒷받침해야 할 정부 예산은 한발 물러섰다.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전공의 수련 관련 핵심 사업 예산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삭감되면서, 국회는 물론 의료계 일각에서 “정부가 스스로 복귀 동력을 꺼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가 이번 추경안에 반영한 ‘의료인력 양성과 적정 수급관리’ 예산은 1756억 원. 이는 지난해 국회 예산 심의 당시 최종 반영된 2991억 원보다 1235억 원 줄어든 수준이다.


더욱이 애초 정부가 처음 제안했던 3922억 원과 비교하면, 감액폭은 절반 이상이다. 핵심 내용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공동수련모델 운영, 필수 진료과목 유도 수련수당 지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복귀율을 50%로 가정해 최소 수준에서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복귀 인원은 현재까지 약 1000명 수준에 그치고 있어 현실과의 괴리가 적지 않다. 일선에서는 이미 다른 진로를 선택한 미복귀 전공의가 수천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낙관적 전망이 정책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작년에는 예산 삭감이 전공의 복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방어하던 복지부가, 올해는 복귀가 가시화되자 스스로 예산을 줄였다”며 일관성 없는 대응을 문제 삼았다. 그는 복귀율과 관계없이 기본 수련환경 확보는 정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도 “하반기 모집을 앞둔 상황에서 예산 삭감은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정책의 타이밍이 어긋났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 역시 "예산 불용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지금 시점의 감액은 정책 불신만 확대시킬 수 있다"며 동조했다.

논란은 단순한 예산 총액만이 아니다. 수련환경 혁신 사업의 경우, 배정된 예산은 18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대한의학회에 공동 배정된 금액이 16억 원이고, 필수의료 강화 대상으로 지정된 8개 학회에는 학회당 2500만 원이 배정됐다. 김윤 의원은 “전체 26개 과목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실효성 없는 배분”이라고 꼬집었다.

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의원도 “정책 방향은 복귀 유도인데 예산 방향은 반대다”라며 복지부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복귀가 아직 유동적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편성한 것”이라면서도, “최종 확정 전 조정 가능성은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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