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차단 치료 후 감각 둔화 상태 고려한 주의의무 강조
법원 "온도 조절 책임 병원에 있어"
피고 주장한 환자 조작설도 기각
물리치료 과정에서 돌침대의 과도한 온열 기능으로 화상을 입은 환자에게 병원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최근 전남 여수 소재 B의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2도 화상을 입은 환자 A씨의 손을 들어주며, 병원 측이 약 439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2022년 10월 15일 발생했다. 요통 증상으로 B의원을 찾은 A씨는 신경차단 통증치료인 경피적 전기신경자극치료를 받은 후, 의원 물리치료실 내 돌침대에 누워 뉴트리헥스주 정맥영양제를 투여받았다. 이 과정에서 돌침대의 온도가 과도하게 상승하면서 요추와 둔부 부위에 2도 화상이 발생했다. 진단 결과, 표재성 2도 화상과 심재성 2도 화상이 각각 1%씩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A씨는 같은 의원에서 10월 29일까지 화상 치료를 받다가 다른 병원으로 옮겨 괴사조직 제거 수술을 받았고, 같은 해 11월 29일에는 25㎠ 이상의 자가피부이식술을 받고 퇴원했다.
A씨는 "신경차단 치료로 인해 감각이 둔화된 상태에서 고온의 돌침대 온도를 쉽게 인지하지 못했다"며 "병원이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온도를 미리 확인하거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신경차단 치료 후 감각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의료진에게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가 요구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돌침대가 적정 온도를 유지하도록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과도한 온도가 감지될 경우 적절히 조정하거나 제어장치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의원 측은 A씨가 스스로 온도조절기를 조작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수개월 동안 동일한 시술을 수십 차례 받는 동안 온도조절기를 임의로 조작한 사실이 없고, 이를 입증할 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B의원이 A씨의 화상 치료비를 면제해준 점도 병원의 과실을 인정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병원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A씨가 화상을 입게 됐다고 결론 내리고, B의원 측에 일실수입 610만원, 기왕치료비 2949만원, 향후치료비 530만원, 위자료 300만원 등 총 439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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