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 '성분명 처방' 공약에 의약계 갈등 재점화…의협 “진료권 침해 우려”

약사회 “대선공약 반영, 제도화 신호탄”…
의협 “제한적 적용에도 과장된 여론몰이…환자 안전 위협”
처방권·대체조제 논란 중심으로 의약 직역 갈등 심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발표한 공약집에 ‘성분명 처방’이 포함되면서, 이를 둘러싼 의약계 내부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약사회는 이를 제도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며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의료계는 과장된 해석으로 정책 방향이 왜곡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최근 공개한 대선공약집에서 ‘AI 등 신산업 육성’을 주요 성장 공약으로 내세우며, 그 하위 항목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의 국가 지원 방안과 함께 ‘필수의약품에 대한 제한적 성분명 처방 및 대체조제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약사회는 이 같은 공약을 성분명 처방 제도화의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보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한약사회 이광민 부회장은 “제한적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성분명이라는 단어가 유력 대선 후보의 공약에 포함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앞으로 이 정책이 새 정부의 국정과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는 약사회가 공약의 의미를 과도하게 해석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공약은 필수의약품의 공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제한적 조치일 뿐이며, 약사회 주장처럼 모든 의약품에 성분명 처방을 전면 도입하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의협은 또 선거 기간 중 특정 단체의 정책 제안이 공약에 반영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지만, 실제 제도화까지는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의료계는 성분명 처방이 과학적 진료행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의협은 “의약품 처방은 환자의 건강 상태, 과거 병력, 복용 중인 약물, 부작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지는 전문적인 진료행위”라며 “동일 성분이라도 약마다 약동학적 특성과 임상 반응이 다를 수 있어, 임의의 대체는 환자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성분명 처방이 사실상 약사에게 대체조제 권한을 넘겨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의협은 “이 제도는 처방권의 분리 또는 공유를 의미하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쉽게 도입되지 않는 고위험 제도”라며 “환자의 치료 연속성과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만드는 매우 위험한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생물학적 동등성을 인정받은 제네릭 의약품이라 하더라도 최대 50% 가까이 흡수율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으며, 이는 환자 반응에 큰 차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성분명 처방이 의사들이 꺼리는 이유는 오히려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마지막으로 “처방의 원칙이 흔들리면 의료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약물 오남용이나 부작용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성분명 처방에 대한 섣부른 제도화 시도는 환자에게 오히려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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