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지역의사제’ 공약 논쟁 재점화…법학계 “직업선택 자유 침해 아니다” 분석

법학계, 헌법적 근거 제시하며 위헌 가능성 낮아 주장
의료계는 여전히 실효성·자율성·형평성 문제로 반대
공공의대 대비 실용성 높다는 평가도…제도 설계 정교화 관건

이재명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지역의사제’ 도입을 둘러싸고 법학적 분석과 의료계 반발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법학계에서 지역의사제가 직업선택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논의에 새로운 쟁점이 부각되고 있다.



박지용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법학연구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지역의사제는 공익 실현이라는 입법 목적과 수단 간의 합리적 관련성이 인정된다면 헌법상 직업선택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군법무관 복무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근거로 들며, 자발적 계약을 전제로 운영될 경우 위헌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지역의사제는 일정 기간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할 것을 조건으로 장학금 등의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부는 현재 강원·경남·전남·제주 등 4개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다.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진료과를 중심으로 복무가 이뤄질 예정이다.

법학계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명확한 법률적 근거 마련 ▲유형별 제도 설계 ▲지역 복무기관 환경 개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제시하고 있다. 일본, 호주, 독일 등 해외 사례처럼 유연한 복무 조건과 인센티브 제공, 불이행 시 제재 규정 마련 등이 제도 정착에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해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은 포퓰리즘적 치적용 정책에 불과하다”며 법안 폐기를 요구했다.


특히 정부가 특별한 사유 없이 임의로 근무지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사실상 자발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련·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의무만 부과하면 오히려 의료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서울시의사회 역시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 모두 형평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단순한 인력 배치로는 복합적인 의료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달리 일부 의료계에서는 공공의대보다는 기존 의대 인프라를 활용하는 지역의사제가 상대적으로 더 실용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유일 대한의학회 정책이사(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는 최근 간담회에서 “지역의사전형은 별도의 국립의대 설립 없이도 빠른 시행이 가능하고, 재정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립의대 설립에 최대 3600억 원이 소요되지만, 같은 비용으로 약 2만5000명의 지역의사전형 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김 이사는 일본·대만 사례처럼 지역 정착을 유도할 유연한 정책 설계와 수련 환경 개선, 의료전달체계 강화 등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