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 따라 개설의사 대상 책임보험 강제화 추진
복지부, 병원급 의료기관 대상 현황조사 착수…가입률 30%대 불과
의료계 “실효성 낮은 정책…재정 부담 전가 우려”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의사에게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정부가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보상체계나 지원 없이 무작정 강제하는 방식은 의료기관의 자율성과 생존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대한병원협회를 통해 전국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책임보험·공제 가입 현황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자의 책임보험 가입을 제도화하기 위한 사전 조치다. 특히 필수의료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로 인한 의료인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조사 항목에는 ▲책임보험 및 공제조합 가입 여부 ▲보험사 또는 조합 명칭 ▲연간 보험료 ▲보장금액 상한 등이 포함된다. 복지부는 “필수의료보험 지원사업의 세부 설계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책임보험 가입률은 여전히 낮다.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이 국회에 제출한 2023년 기준 자료에 따르면, 전국 병의원 3만7천여 개소 중 책임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한 의료기관은 약 33.7%(1만2519개소)에 불과하다. 의원급만 따지면 32.8%로 더 낮아진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의료기관 개설자의 책임보험 의무가입을 골자로 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은 “의료사고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의료사고 발생 시 분쟁이 장기화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지난 3월 ‘제8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료안전망 강화를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책임보험 의무화를 포함한 2차 실행계획을 확정했다.
주요 내용은 ▲적정 보험료 기준 마련 ▲5억 원 이상 배상 시 필수의료인 대상 특별보상 ▲소액 사건의 신속한 배상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지급 보장 체계 구축 등이다.
복지부는 이러한 제도 정비를 통해 “고액 배상 사례에 대비해 필수의료인을 보호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한 재원 확보와 국가 차원의 공적 관리 체계를 확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산하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반대 입장을 이언주 의원실에 전달했다. 이미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운영, 조정 자동개시 제도, 손해배상 대불제도 등으로 공급자인 의료기관이 충분한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강제적 책임보험 도입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원가 이하의 건강보험 수가 체계 아래에서 추가로 공제조합 또는 보험 가입을 강제하는 것은 의료기관의 운영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특히 영세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공제료와 보험료 부담으로 경영 악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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